|
서울 고등학교 24회 동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멀리 미국의 수도 워싱톤에서 7인의 24회 동기들이 인사드립니다. (옛날에 썼던 것을 살짝 고쳐서 개정판이라고 부름. 파란색으로 쓴것만 보면 됨)
경희궁터에서 겨울이면 시꺼먼 동복을, 여름이면 푸르스레한 하복을 입고 함께 공부하고, 놀고, 도시락 나누어 먹고 또는 빼앗아 먹기도 하고 뺏기기도 하고, 함께 매맞으며 지내던 학창 시절이 어언 35년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옛날에 일어났던 일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벌써 졸업 30주년이 되어 이번에 서울에서 동기들이 정성을 다하여 기념 행사를 준비한다는 소식 듣고 있으나 여기에 동참하지 못하는 것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동기들의 이해를 바라는 바입니다. (이미 끝난 얘기다)
우리 나이 이제 내일 모레면 50을 내다보는 나이가 되었지요. (60을 내다보고 있다) 마누라와 잠자리를 같이 해도 전혀 흥분되지 않으며 아침에 화장실에 가면 ‘어? 이거 왜 이러지? 이거 전엔 안그랬는데..’ 하며 가늘어지고 여러 갈래가 되는 오줌 줄기에 나도 모르게 기운 빠지는 일이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어떤 녀석들은 몸에 좋다는 별에 별 희한한 것들을 잘도 찾아 먹어서 ‘봐라. 난 아직 싱싱하다’라고 자랑하지만 그뒤의 눈물 겨운 사연을 우리 모르는 바 또한 아닙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걸로 자랑하려는 뱃장이 있는 24회 워싱톤 동기는 없다! 다행이다!)
남진, 나훈아등 뽕짝 가수의 유행가를 들으며 한때 3류 노래라든가 유치하다든가 하면서 건방 떨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왜그런지 이제는 그 노래들이 우리 가슴에 와 닿습니다. 그리고 다정하게 들리고 ‘아.. 정말 그래 … 저 노래 가사의 주인공이 나야’ 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그만큼 철이 든 것 일까요. (와이프들에 의하면 아직 철들려면 아직 멀었댄다…. ㅠㅠ)
태평양 너머 이곳 워싱톤 지역 (Virginia와 Maryland)에 사는 우리 동기들의 관계는 모국의 동기들간의 관계와는 또 다른 무엇, 즉 plus alpha 같은 것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두들 외롭다는 것 때문에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 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절대로 싸우지 않습니다. 하나의 친구를 잃는 것은 너무나 소중한 재산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지요. 거의 20년을 함께 지내다보니 서로의 가족들과도 마치 내 가족으로 느껴질 정도가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자주 만나지 못한다. 다들 서로 정이 떨어진 것일까?)
여자들이 그럽디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면 더 멋있어 진다고. (전엔 그러더니 요즘은 그런 소리 잘 못듣는다) 여자들이 그래도 제대로 볼 줄은 아나 봅니다. 그 이유를 그녀들은 아마 잘 모르겠지만. 그러나 다들 아시지요? 고등학교 까까머리때 양기가 아랫도리에 집중되어 있어 때깔이 좋다가 살살 올라와서 이제 얼굴쯤 올라오니 당연히 얼굴이 윤기나고 멋있어질 수 밖에. 말들은 또 좀 잘합니까? 양기가 머리 끝으로 올라가면 이제 갈 때가 되는 것이라 하니 더 이상 양기가 위로 뻗치지 않게 더욱 수양에 수양을 거듭해야 할 그럴 나이라고 봅니다. 이곳의 우리 친구들—큰 부자는 못되지만 마음은 부자이고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고 사니 그 정도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해야겠지요. (감사하는 마음은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동기 여러분들에게 이곳 우리가 지내는 모습을 간단히 소개드립니다. (정말 간단히….)
앞으로 좀더 재미있는 내용을 실을 계획입니다. (계획은 그랬는데 재밌는 일이 별로…..)
|
|
2009년 개정판 |